키티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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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구석에 서있다, 담배 한가치 물고 공병훈련장 쪽으로 슬그머니 빠진다.)
어어, 어어~? 잠깐! 키티, 지금 어디 가는 거야? (눈 부릅 뜨고 쫓아가서 턱, 네 어깨에 손을 얹는다.)
아앙?! 누가 또 키티라고 불러?! (이 자식! 하는 표정으로 훽, 소리 나게 돌아본다.) 키티'호크'까지가 한 단어라고! 다시 불러! (하며... 다시 돌아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시늉을 한다...)
좋아, 그럼 내가 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키티가 좋아, 스윗리틀키티가 좋아? 참고로 키티호크라는 선택지는 없어. (네가 멀리 걸어가버릴까 싶어 냅다 등에 매달린다.) 이제 마리아와 키티는 한 몸이야. 어디 가려면 1+1으로 같이 가야 해. 알겠지?
우악, (몸이 앞으로 덜컹 쏠렸다가 제자리로 돌아온다. 황당해 하는 이 표정을 네게 보일 요량으로 고개를 절반쯤 뒤로 돌리지만, 각도상 보이진 않을 것 같다. 등에 매달린 팔을 꽉 잡고...) ...좋아, 내 세트상품 마리아 카를로타 이소 라페르테. 그럼 나도 선택지를 두 개 주지. (꽈악...) 얌전히 키티호크라고 부르는 게 좋냐, 아니면 이대로 바닥에 메다꽂힌 다음 얌전히 키티호크라고 부르는 게 좋냐. 참고로 내가 먼저 대답한다는 선택지는 없다.
치사해! 이 상태에서 빠져나갈 길도 없이 어떻게 그런 매정한 선택지를 줄 수가 있어? (본인이 한 짓은 생각하지 못하는 듯. 잠시 고민하다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키티는 키티인데. (이딴 발언이나.) 좋아, 그럼 록히드는 어때? 멀쩡하고 좋지? 내가 봐준 거다. (아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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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침번은 나랑 알파가 선다. 잠수정 내는 금주 금연, 선실에 가면 쉴 수 있을 테니까 알아서들 쉬어. 공지 끝.
네, 조장님~ 수고 많았어. 오늘 좀 멋있더라? (웃으며 네 팔을 툭, 가볍게 친다.)
어허, 평소에는 어떻게 보고 있었길래 '오늘' '좀' 멋있었다는 거야. (눈썹을 까딱, 장난스런 티가 짙게 풍긴다. 전면 유리창 밖을 내다보며 눈을 느리게 씀벅.) 너는좀 괜찮냐? 다들 죽을상이던데.
음, 흠흠흠~ (대답 없이 콧노래를 부르며 부러 딴 곳을 본다. 이쪽도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선은 널 향하고.) 나? 네가 보기엔 어때. 안 괜찮아 보여?
딴청 피우는 솜씨가 날이 갈수록 느는데, 마리아.... (가늘게 뜬 눈으로 그 옆얼굴을 응시한다. 시선이 맞으면 평소의 느슨한 얼굴로 돌아와 고민하는 척 제 턱을 매만진다.) 눈썹의 각도나 얼굴 근육의 모양새를 봤을 땐 안 괜찮을 거 없어 보이긴 하는데. 정답, 마음은 쓰이지만 지상으로 가는 길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칭찬 고마워. (칭찬일 리가. 하지만 뻔뻔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어우, 누가 닉스 아니랄까봐 하나하나 분해해서 관찰하는 거 봐. 그래도 정답은 맞췄네. 정확해. 나보다 마음을 아주 많이 쓰는 애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괜찮아지더라고. 신기하지? 흠, 그럼 우리 조장님은 어떠려나. 좀 괜찮아?
칭찬일 리가. (굳이 말로 한번 더 짚어주는 얄궂은 성질머리. 이어지는 말에는 잔웃음을 뱉고 의무실 안쪽을 둘러본다.) 뭐, 별 생각 없는 놈도 하나쯤 있어야 균형이 맞지. 생각 많고 정 많은 놈들이 한둘이냐. (제 뒷목을 문지르며 시선을 옮긴다.) 좋아, 그럼 괜찮아진 녀석들끼리 조금이나마 희망찬 이야기를 해볼까.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지상에서 일주일의 휴가가 주어졌다. 케이프혼이 향할 곳은? (마이크 넘기는 시늉.)
엥, 갑자기 여기서 인터뷰를?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존재하지도 않는 마이크를 받아 입 가까이에 대는 시늉을 한다.) 아,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든데. 휴가가 일주일밖에 안 되다니, 쪼잔하다! 우우~ (마이크 잡고 제일 먼저 하는 게 야유다.) 일주일 동안 멀리 가기는 힘들 테니까, 차라리 이 주변을 돌아보고 싶어. 수면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바뀌는지, 태양과 달은 어떻게 뜨고 지는지, 하늘의 구름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별은 어디서 얼마나 빛을 내는지⋯ 하나하나 눈에 새겨 넣을래. 지겨울 정도로 볼 거야. 내가 처음 마주한 지상의 풍경을 영영 잊지 못하도록. (이번엔 네게로 마이크를 넘기며) 자, 그럼 반대로 질문! 키티, 아니 록히드가 일주일 동안 지상에서 향할 곳은?
어허. 공중파 방송에서 누가 야유를 해? 이거 생방입니다, 마리아 카를로타 이소 라페르테. (통신기기의 역사 시간이었나, 방송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을 처음 배웠을 때 생도끼리 '카메라맨'과 '리포터'로 역할을 나눠 노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를 추억하며 카메라 쥐는 시늉도 해준다.) ...오호. 소박하고 낭만적인 답변인데. 난 '저기 머나먼 남쪽 어느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케이프혼을 찍고 민첩하게 돌아오겠습니다!' 같은 대답을 생각했는데. (장난스런 말투. 입꼬리를 씩 끌어당기며 카메라 내리는 시늉을 하고, 투명 마이크를 넘겨 받는다. 일주일 동안 지상에서 향할 곳. 내정되어 있는 답변은 딱 하나다. 마이크 쥐고 있던 손을 들어, 손가락 끝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날 거야.
시청자 분들도 딱딱한 인터뷰보다는 이렇게 장난스럽고 가벼운 분위기를 더 선호하실 걸? 그게 더 재밌잖아.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네가 카메라 쥐는 시늉을 하면 마찬가지로 한창 유행했던 놀이가 떠올랐는지 웃음을 터트리고선) 에이, 아무리 내가 지상을 돌아보고 싶다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지. 낭만도 좋지만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과연 네게선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이어지는 대답은 기대만큼, 아니. 어쩌면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답이었다. 지금까지의 너를 생각하면 그 말이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너답네. 하지만 어떻게? 일주일만에 비행기를 뚝딱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우리가 언제부터 되는 것만 된다고 말하고 다녔냐? (히쭉, 흡사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누가 먼저 빨리 달리는지 시합하자며 들떠하는 포트 원생마냥 개구진 표정을 하고서 힙쌕에 넣어다니는 스크류를 꺼내 가볍게 튕겼다 받는다.) 되고 말고는 상관없어. 그냥 계~속 던져보는 거지.... 이렇게 하면 날 수 있나? 저렇게 하면 뜰 수 있나? (역시 관심사의 차이가 크겠지만. 지상 그 자체를 궁금해했던 마리아 이소와 달리 록히드 톰캣은 원생 시절부터 외골수에 비행기밖에 모르는 바보였으니까. 팅, 소리와 함께 중력을 거스르던 나사를 도중에 턱 잡곤 그의 말을 인용해온다.) 현실을 무시할 순 없어도 낭만을 포기할 순 없는 법. 일주일 지났는데 내가 안 보이면 그 녀석... 결국 낭만과 함께 날아가버렸나... 하고 생각해. 그리고 조장 자리는 공정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해라. 지켜본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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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비흡연자 중에 본인 담배 양보해줄 사람은 나한테 절 받으러 오고.... 뒷정리 잘하고, 불 안 나게 조심하고.
그래서, 애들한테 잘 혼났어? 나는 상냥하니까 뭐라 하지는 않을게. (원래 뭐라 할 생각도 없었지만.)
오냐..., 담배는 고사하고 잔소리만 잔뜩 주러 왔더라. (억울한 투로 투덜거리며 겨우 얻은 가치들을 정리한다.) 진짜 끊어야 할 때인가.... 차라리 화를 내면 몰라, 걱정 같은 걸 하니까. (투덜투덜....)
하지만 친구를 걱정하지 않으면 누구를 걱정하겠어? 너도 알잖아, 애들 마음. 그러니까 잔소리도 받아줬던 거 아냐? (정리하는 걸 가만히 구경하며 바람 빠진 웃음소리나 낸다.) 비행기 타고 하늘 날기도 전에 폐병으로 몸져누우면 진짜 하나도 안 멋진 거 알지?
알기는 무슨.... (아니까 잔소리도 고분고분 들었고 아니까 두 개 태울 거 하나만 태웠겠지만 말은 또 그렇게 한다. 쌕 포켓에 갈무리해두곤 손을 털며 숨을 툭 뱉는다.) 걱정마셔, 그 정도로는 안 하니까. 내 최후는 하늘 위거나 아늑한 자택의 푹신한 침구 위거나 둘중 하나로 정해뒀다고. (잠시 침묵한다.) 지금은 어떻게 될지...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너도 참 한결같다니까. 괜히 그러는 게 눈에 뻔히 보인다.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고선 실실 웃기나 하며.) 지금이야 한 치 앞길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그럼에도 길을 꾸역꾸역 만들어내는 게 셀레네의 존재 의의 아니겠어. 너도, 나도 둘러볼 것이 많은데 여기에 멈춰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지? (네 팔을 툭 건들인다.) 그러니 그건 우리에게 맡겨두고 즐거운 이야기나 한 번 해볼까. 비행기랑 담배 말고 좋아하는 거 있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오는 거냐? 좀 감동인데.... (없는 길도 만들어내는 가장 유위한 달. 허공에 다리도 만들어낼 위인을 여섯이나 동료로 두고서 무슨 걱정을 하는 건지. 이내 저도 따라서 시원하게 웃어버리며 그 등을 툭 두드린다.) 물론이지. 앞으로도 우리 앞길을 잘 부탁합니다, 셀레네. 이왕이면 활주로로 쓸 수 있을 만큼 넓은 길로.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이고, 이어진 물음에 눈동자를 굴린다.) 그렇게 물어보니까 생각나는 게 딱히.... 그림포테우티스? 그거 귀엽게 생겼던데. (비티아즈 딥을 떠나오기 전 자연과학 잡지에서 봤던 심해문어를 떠올렸다.) 넌 어떠냐. 요샌 뭐 읽을 거리가 없어서 답답하진 않고?
스읍, 활주로는 너무 넓은데. 욕심이 너무 큰 거 아닌가요, 닉스? (마찬가지로 장난스레 대꾸하며 애매하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일단 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거기서 알아서 날아가. 어떻게든 비행기를 만들어 날 사람이 활주로가 좁다고 날지 못하겠어? (네 말에 잠깐 생각해 본다. 아, 덤보문어? 확실히 귀엽긴 해. 직접 보고 싶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니 표정이 스르르 풀린다.) 과제 제출할 때 그거로 냈어? 음⋯. 안 닮았네, 아깝다. 걔는 너무 귀엽고 매끄럽게 생겼어. (넌 감자 닮았으니까. 뒷말은 속으로만 생각한다.) 읽은 게 없어서 허전하긴 한데, 그만큼 너희가 채워주니까 괜찮아. 심심할 틈도 없이 사건이 몰아치기도 하고. 대신 지상의 음식이 새로운 흥밋거리가 되어주고 있지. 특히 과일이나 간식 종류! 너무너무 맛있던데? (어느새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안 될 것 같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맨날 맨날 타박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달라는 대로 거의 다 해주면서 왜 약한 소리야. (미간을 찡그리듯 웃으며 케이프혼의 어깨를 툭 친다. 전차로 망망대해도 건너게 해줄 거면서 활주로 하나 닦는 게 일이나 되려나. 그런 생각을 이어가다 표정이 풀어지는 걸 보고서 눈을 씀벅인다.) ...가만. 주어가 뭐야. 뭐가 그림포테우티스랑 안 닮았다는 건데. (훈훈하던 분위기에 가볍고 뽀작한 금이 간 것 같다. 여하간 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폭발하는 상황에서 반짝이는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러울 따름이었다. 하하, 낮은 웃음을 흘리곤 보급품으로 나오던 푸딩인가 소르베인가를 곰곰히 떠올린다.) 아.... 나 안 먹어봤는데 맛있더냐? 무슨 맛이야, 뭐 달아? 셔?
어떻게든 해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갈리는지 알아? (그래, 넌 조장이니까 시키면 그만이다 이거지? 날조를 섞어 한참 투덜대다가도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다.) ⋯글쎄? 난 몰라. 참고로 숨겨진 주어는 감자를 닮았대. (이러기나. 아직 네가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미리 봐 달라는 듯 다시 너를 마주 보고선 대책 없이 웃기나 한다.) 확실히 레몬이 들어간 건 셔. 근데 새콤달콤해서 맛있어! 레몬이랑 요거트가 환상의 조합이던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지상으로 올라와서 간식 주워 먹었지. 푸딩은 안 시고 달기만 해.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워서 식감도 재밌는데, 특히 그 위에 얹어진 캬라멜 소스가 별미야. 둘 다 먹어 봐, 꼭! 이왕이면 같이! (시고 단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같이 먹다가 혀가 마비될 것이다.) 넌 새로 나온 음식 중에 마음에 드는 거나 궁금한 거 없어?
그 노고에 진한 감사와 헌사를. (신사가 인사하듯 허리를 굽히는 모양새가 영락 없이 장난치는 것과 같다.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하루를 일년 같이 고단한 일을 도맡아 하는 게 공병부대 셀레네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말마따나 조장이란 놈이 그걸 몰라주면 지금 당장 정수리부터 거꾸로 바다에 처박혀 하야하는 게 맞고.... 그런 의미에서, 라기엔 뭣하지만 슬그머니 돌아가는 시선이나 대책 없이 웃는 얼굴을 보고서도 미간만 한 차례 찡그릴 뿐 잔소리를 더 이어가진 않았다. 대신 조잘조잘 이어지는 얘길 들으며 적당한 추임새를 넣었다.) 뭐라...아니, 그거 두 개를 같이 먹어도 내 미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게 맞는 거냐? 새콤달콤하고 부드럽고 탱글탱글하고 달기만 한 것들을 먹은 뒤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 아니냐?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케이프혼을 바라보다, 이어진 질문에 눈동자를 데룩 굴린다. 마음에 드는 거라.) 아, 나 미...미르면? 뭐라고 읽는 거였지. (밀면.) 하여튼 그거. 차갑게 먹으니까 밀가루 냄새도 안 나고 괜찮더라. 수프? 뭐라고 하지, 그거. (육수.) 그 국물도 달짝지근한 게 감칠맛도 나고 구수해서 혀에 착 감기고. 위에 가니시? (고명.)처럼 올려주는 것도 좋았고.... 기름전내 맡고 나와서 입가심하면 딱 좋겠더라, 야.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하다, 케이프혼을 슥 돌아본다.) ...근데 '식사'는 하고 있는 거냐? 간식만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마찬가지야, 키티호크. 닉스의 일을 도맡아 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조사부대 전체를 이끌어 온 당신에게 진한 감사와 헌사를. (언젠가, 고리타분한 시절의 숙녀가 인사하듯 치맛자락을 옆으로 드는 시늉을 하며 우아하게 허리를 굽힌다. 내가 인사를 받는다면 너 또한 인사를 받아야 맞으니까. 여태 네가 고생한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개를 들고선 이번엔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일단 내 미뢰는 멀쩡했어. 다른 맛도 잘 느껴지던데? (어디까지나 본인의 이야기일 뿐, 네 미뢰는 보장해 주지 못한다. 알면서도 뻔뻔하게 대답한다.) 네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묘사해 주는 거 처음 봐. 안 그래도 다음에는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거 먹어봐야겠다. (이번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당당하게 입을 연다.) 그럼. 돼지고기 감자만두랑 함부르크 샌드위치도 먹었다고. 엄청 든든하고 영양 넘치는 식단이지? (그래서 내일은 간식을 먹을 것이다.) 이젠 나보다 다른 애들을 걱정하는 게 어때? (은근슬쩍 잔소리의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 시도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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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A조, 상황 보고 하러 와.
네에. 페기 진과 다른 낙제생들이 총기와 함께 조사 A조를 향해 공격했고, 그 중 박사와 열성작에 관해 언급. 우리 측의 공격이 누적되어 타격을 받고, 결정적으로 섬광탄이 터지자 페기 진이 이상 증상을 보임. 지금껏 보았던 변이체와 유사한 정황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음. 자세한 상황은 기록 참고. 이상입니다. 조사 B조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 알고 있는데, 맞을까요?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응, 완전히 동일하네. 땡큐. (워치에 기록된 사항까지 빠르게 훑으며 상황 자체는 큰 차이 없이 흘러갔다는 걸 체크해둔다. 케이프혼을 죽 훑어보며...사실 진짜 신경 쓰고 있던 걸 묻는다.) 부상 인원은. 응급처치는 받았어? 제비어가 크게 다쳤고, 그 외에는? 넌 괜찮냐? 진입 경로에 문제는 없었어? 길이 좀 뭐, 험했다거나 위험했다거나....
부상 인원은 전원. 제로가 가장 크게 다쳤으나 한 번에 크게 맞은 거로만 따지면 비숍도 동일. 다른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해. 일단 나는 응급처치를 받았고, 충분히 괜찮고, 진입 경로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어.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향 반대로 가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럼 이제 나도 물어봐도 돼? 록히드, 넌 괜찮아? 상처는 어때? 응급처치는 받았어?
처치 받았어? 다행이다, 언제 다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충분히 쉬어둬. 록히드는.... (전원 부상. 제로와 비숍. 경로 클리어. 보고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워치에 대충 메모하다, 이어진 물음을 조금 흘려들었다. 뒤늦게 자각하고 시선을 들어 상대를 바라본다.) ...미안, 마리아. 록히드 뭐라고?
(정신 팔려서 제대로 못 들었다고 심술을 부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깐 고민하다 장난스러운 미소를 얼굴에 장착한다.) 어머, 록히드는~? 3인칭 하니까 귀엽고 좋다. 톰'캣'이나 '키티'호크와도 잘 어울리고. 원래 아기는 3인칭 많이 쓰잖아. 아기 고양이도 똑같은 거겠지? (눈이 마주치자 천진난만하게 웃어 보인다.) 록히드 고양이는 몸 좀 괜찮은지 물어봤어.
했겠냐?! 제대로 못 들었을 뿐이거든?! (인상을 콱 구기고서 괜스레 짜증을 냈다. 그렇게 감정을 무너트린 다음 익숙한 상대의 웃는 얼굴을 마주하면, 그래. 그제야 온몸에 바짝 들어가있던 긴장감이 흩어져 곁에 있던 벽인지 기둥인지에 몸을 기댄다.) ...괜찮아. 상처 별로 없고 응급처치도 받았고.... (짤막한 마른세수. 손 밑에 표정을 숨긴 채 불안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하, 근데 긴장이 안 풀린다. 나 손 떨리는 거 보이냐? 내가 엔진보다 더해, 지금....
에이, 아까워라. (전혀 아쉽지 않다는 표정으로 수고했다는 듯 네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다. 떨리는 손을 잡아줄까 생각도 했지만, 얼굴을 가리고 싶으니 굳이 저렇게 하는 거겠지. 그럼 내가 네 얼굴을 못 보면 되는 일이잖아?) 셀레네를 위해 직접 엔진이 되어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역시 조장은 다르구나? (두 팔을 뻗어 그대로 너를 꼬옥, 안아준다. 네 어깨에 얼굴을 박듯이 묻고선 눈을 감는다.) 잘했어. 수고했어. 그러니까 잠깐 쉬자, 우리. 넥터도, 키티호크도, 조장도 잠깐만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있어 보자, 록히드. 이만큼 잘했으면 그 정도는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거잖아, 그렇지?
야, 그래.... 이런 조장이 세상천지 어디 있냐? 너넨 진짜 복 받은 줄 알아야....... (헛소리 같은 말을 주절거리는 건 머릿속이 복잡할 때 으레 보이는 습관 같은 것이다. 생각 없이 이어 뱉던 말을 뚝 멈추고, 눈을 둥그렇게 뜬 채 맞닿은 체온을 조금씩, 아주 천천히 받아들이며 전신에 들어갔던 힘을 느리게 푼다. 이런 게...필요했던 건가. 지상으로 올라온 이후 의식하지 못한 사이 줄곧 빠르게 뛰기만 하던 심장이 점차 제 박동을 되찾고, 어정쩡하게 떨어져 있던 손을 옮겨 동기의 등을 부드럽게 감싼다. 불안정했던 기분이 가라앉고, 조금 망설이다 네게 기대며 시선을 낮게 내리깐다.) ...잘했어, 나? (유치한 질문, 조금 볼멘소리. 어울리지 않는 짓이라 생각하면서도 아주 잠시만, 정말 아주 잠깐만. 정말 아주 조금 잠깐만 록히드 톰캣이 원하는 대로 하게 둔다. 넥터도, 키티호크도, 조장도 잠깐만 내려두고서.)
(유치한 질문에 어쩔 수 없이 새어 나오는 웃음. 동시에 흔들림 하나 없이 확신 어린 목소리로 대답한다.) 응, 잘했어. 그 누구보다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 있었지만, 너는 조장이라는 감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보다 훨씬 힘들고 외로운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네게 이걸 알아주는 사람이 필요했을지, 혹은 시간이 있었으면 혼자서도 극복했을지 나로서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설령 혼자 이겨낼 수 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하나보단 둘이 낫지 않겠어. 그러니 록히드 톰캣, 수고했어. 너보다는 조금 작은 품이지만, 그래도 잠깐만 기대었다 가.) 지금 이 순간은 록히드가 울면서 눈물 콧물을 내 옷에 묻혀도 모른 척해줄게. 둘도 없는 기회야. 어때? (우스갯소리나 던지며 네 등을 규칙적인 손길로 느릿하게 토닥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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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잡지, 아직 있으려나. 아니면 보관고로 수거됐으려나. 떨어지지 않는 발을 옮겨 어린 낭만주의자들이 마지막으로 썼던 방을 찾아 문 앞에 섰다. 조급해지는 심장을 억누르려 애쓰고, 방문 손잡이를 반쯤 돌리다 포기한 채 방문에 머리나 박았다. 나, 하늘 보고 왔어. 넓더라. 높고. 파랗고.... 그 말만 중얼거린 채 방문을 한 차례 두드리듯 쓰다듬고 발길을 돌렸다.)
(그 앞에 성큼, 서서 네가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더니 씩 웃어 보인다.) 안녕, 록히드. 어디 가려고?
아잇, 야, 좀.... 이 똥강아지들이 단체로 사람 심장 떨어트리려고 작정을 했나.... (섬칫 놀라 심장께를 부여잡곤 웃는 얼굴을 밉지 않게 쏘아보다, 표정을 푼다. 멋쩍음을 감추려 헛기침을 두어 번, 평이한 어조를 되새기며 손을 흔든다.) 안녕, 마리아. 우람하게 자란 우리 아이들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자리는 있는지 보러 가려는데 길을 좀 터줄 수 있겠니.
똥강아지? 흥, 본인은 똥고양이면서. 괘씸해서 안 비켜줄 거야. (고개 절레절레 젓더니 이젠 팔짱까지 끼고선 너를 바라본다.) 그러게 누가 혼자서 머리 박고 문고리 쓰다듬으면서 우수에 찬 눈 하래? 우람하게 다 자랐으면서 아직 아기 감자 같은 조장이 신경 쓰여서 두 다리 뻗고 잘 수가 없잖아. ⋯진짜 안 들어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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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의 낭만주의자, 비행할 준비는 됐어? 하늘 날다가 저 멀리 땅에서 새하얀 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 인사 한 번 해줘. 그게 나일 수도 있잖아.
아이 아이, 지상의 낭만주의자. 네 여행에 슈퍼짱좋은 행운이 함께하기를. (주먹끼리 살짝 부딪히곤 시원스레 씩 웃는다.) 언젠가 남쪽의 끝에서 다시 만나자. 지상의 하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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