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비흡연자 중에 본인 담배 양보해줄 사람은 나한테 절 받으러 오고.... 뒷정리 잘하고, 불 안 나게 조심하고.
그래서, 애들한테 잘 혼났어? 나는 상냥하니까 뭐라 하지는 않을게. (원래 뭐라 할 생각도 없었지만.)
오냐..., 담배는 고사하고 잔소리만 잔뜩 주러 왔더라. (억울한 투로 투덜거리며 겨우 얻은 가치들을 정리한다.) 진짜 끊어야 할 때인가.... 차라리 화를 내면 몰라, 걱정 같은 걸 하니까. (투덜투덜....)
하지만 친구를 걱정하지 않으면 누구를 걱정하겠어? 너도 알잖아, 애들 마음. 그러니까 잔소리도 받아줬던 거 아냐? (정리하는 걸 가만히 구경하며 바람 빠진 웃음소리나 낸다.) 비행기 타고 하늘 날기도 전에 폐병으로 몸져누우면 진짜 하나도 안 멋진 거 알지?
알기는 무슨.... (아니까 잔소리도 고분고분 들었고 아니까 두 개 태울 거 하나만 태웠겠지만 말은 또 그렇게 한다. 쌕 포켓에 갈무리해두곤 손을 털며 숨을 툭 뱉는다.) 걱정마셔, 그 정도로는 안 하니까. 내 최후는 하늘 위거나 아늑한 자택의 푹신한 침구 위거나 둘중 하나로 정해뒀다고. (잠시 침묵한다.) 지금은 어떻게 될지...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너도 참 한결같다니까. 괜히 그러는 게 눈에 뻔히 보인다.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고선 실실 웃기나 하며.) 지금이야 한 치 앞길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지만, 그럼에도 길을 꾸역꾸역 만들어내는 게 셀레네의 존재 의의 아니겠어. 너도, 나도 둘러볼 것이 많은데 여기에 멈춰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지? (네 팔을 툭 건들인다.) 그러니 그건 우리에게 맡겨두고 즐거운 이야기나 한 번 해볼까. 비행기랑 담배 말고 좋아하는 거 있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오는 거냐? 좀 감동인데.... (없는 길도 만들어내는 가장 유위한 달. 허공에 다리도 만들어낼 위인을 여섯이나 동료로 두고서 무슨 걱정을 하는 건지. 이내 저도 따라서 시원하게 웃어버리며 그 등을 툭 두드린다.) 물론이지. 앞으로도 우리 앞길을 잘 부탁합니다, 셀레네. 이왕이면 활주로로 쓸 수 있을 만큼 넓은 길로.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이고, 이어진 물음에 눈동자를 굴린다.) 그렇게 물어보니까 생각나는 게 딱히.... 그림포테우티스? 그거 귀엽게 생겼던데. (비티아즈 딥을 떠나오기 전 자연과학 잡지에서 봤던 심해문어를 떠올렸다.) 넌 어떠냐. 요샌 뭐 읽을 거리가 없어서 답답하진 않고?
스읍, 활주로는 너무 넓은데. 욕심이 너무 큰 거 아닌가요, 닉스? (마찬가지로 장난스레 대꾸하며 애매하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기울인다.) 일단 해보고. 안 될 것 같으면 그냥 거기서 알아서 날아가. 어떻게든 비행기를 만들어 날 사람이 활주로가 좁다고 날지 못하겠어? (네 말에 잠깐 생각해 본다. 아, 덤보문어? 확실히 귀엽긴 해. 직접 보고 싶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어지니 표정이 스르르 풀린다.) 과제 제출할 때 그거로 냈어? 음⋯. 안 닮았네, 아깝다. 걔는 너무 귀엽고 매끄럽게 생겼어. (넌 감자 닮았으니까. 뒷말은 속으로만 생각한다.) 읽은 게 없어서 허전하긴 한데, 그만큼 너희가 채워주니까 괜찮아. 심심할 틈도 없이 사건이 몰아치기도 하고. 대신 지상의 음식이 새로운 흥밋거리가 되어주고 있지. 특히 과일이나 간식 종류! 너무너무 맛있던데? (어느새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안 될 것 같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맨날 맨날 타박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달라는 대로 거의 다 해주면서 왜 약한 소리야. (미간을 찡그리듯 웃으며 케이프혼의 어깨를 툭 친다. 전차로 망망대해도 건너게 해줄 거면서 활주로 하나 닦는 게 일이나 되려나. 그런 생각을 이어가다 표정이 풀어지는 걸 보고서 눈을 씀벅인다.) ...가만. 주어가 뭐야. 뭐가 그림포테우티스랑 안 닮았다는 건데. (훈훈하던 분위기에 가볍고 뽀작한 금이 간 것 같다. 여하간 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폭발하는 상황에서 반짝이는 시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러울 따름이었다. 하하, 낮은 웃음을 흘리곤 보급품으로 나오던 푸딩인가 소르베인가를 곰곰히 떠올린다.) 아.... 나 안 먹어봤는데 맛있더냐? 무슨 맛이야, 뭐 달아? 셔?
어떻게든 해주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갈리는지 알아? (그래, 넌 조장이니까 시키면 그만이다 이거지? 날조를 섞어 한참 투덜대다가도 슬그머니⋯ 시선을 돌린다.) ⋯글쎄? 난 몰라. 참고로 숨겨진 주어는 감자를 닮았대. (이러기나. 아직 네가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미리 봐 달라는 듯 다시 너를 마주 보고선 대책 없이 웃기나 한다.)
확실히 레몬이 들어간 건 셔. 근데 새콤달콤해서 맛있어! 레몬이랑 요거트가 환상의 조합이던데?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지상으로 올라와서 간식 주워 먹었지. 푸딩은 안 시고 달기만 해.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워서 식감도 재밌는데, 특히 그 위에 얹어진 캬라멜 소스가 별미야. 둘 다 먹어 봐, 꼭! 이왕이면 같이! (시고 단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같이 먹다가 혀가 마비될 것이다.) 넌 새로 나온 음식 중에 마음에 드는 거나 궁금한 거 없어?
그 노고에 진한 감사와 헌사를. (신사가 인사하듯 허리를 굽히는 모양새가 영락 없이 장난치는 것과 같다.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하루를 일년 같이 고단한 일을 도맡아 하는 게 공병부대 셀레네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말마따나 조장이란 놈이 그걸 몰라주면 지금 당장 정수리부터 거꾸로 바다에 처박혀 하야하는 게 맞고.... 그런 의미에서, 라기엔 뭣하지만 슬그머니 돌아가는 시선이나 대책 없이 웃는 얼굴을 보고서도 미간만 한 차례 찡그릴 뿐 잔소리를 더 이어가진 않았다. 대신 조잘조잘 이어지는 얘길 들으며 적당한 추임새를 넣었다.)
뭐라...아니, 그거 두 개를 같이 먹어도 내 미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게 맞는 거냐? 새콤달콤하고 부드럽고 탱글탱글하고 달기만 한 것들을 먹은 뒤로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 아니냐?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케이프혼을 바라보다, 이어진 질문에 눈동자를 데룩 굴린다. 마음에 드는 거라.) 아, 나 미...미르면? 뭐라고 읽는 거였지. (밀면.) 하여튼 그거. 차갑게 먹으니까 밀가루 냄새도 안 나고 괜찮더라. 수프? 뭐라고 하지, 그거. (육수.) 그 국물도 달짝지근한 게 감칠맛도 나고 구수해서 혀에 착 감기고. 위에 가니시? (고명.)처럼 올려주는 것도 좋았고.... 기름전내 맡고 나와서 입가심하면 딱 좋겠더라, 야.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하다, 케이프혼을 슥 돌아본다.) ...근데 '식사'는 하고 있는 거냐? 간식만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마찬가지야, 키티호크. 닉스의 일을 도맡아 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조사부대 전체를 이끌어 온 당신에게 진한 감사와 헌사를. (언젠가, 고리타분한 시절의 숙녀가 인사하듯 치맛자락을 옆으로 드는 시늉을 하며 우아하게 허리를 굽힌다. 내가 인사를 받는다면 너 또한 인사를 받아야 맞으니까. 여태 네가 고생한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개를 들고선 이번엔 부드럽게 웃어 보인다.)
일단 내 미뢰는 멀쩡했어. 다른 맛도 잘 느껴지던데? (어디까지나 본인의 이야기일 뿐, 네 미뢰는 보장해 주지 못한다. 알면서도 뻔뻔하게 대답한다.) 네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묘사해 주는 거 처음 봐. 안 그래도 다음에는 뭐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거 먹어봐야겠다. (이번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당당하게 입을 연다.) 그럼. 돼지고기 감자만두랑 함부르크 샌드위치도 먹었다고. 엄청 든든하고 영양 넘치는 식단이지? (그래서 내일은 간식을 먹을 것이다.) 이젠 나보다 다른 애들을 걱정하는 게 어때? (은근슬쩍 잔소리의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려 시도한다.)